피맛골
내비게이션에 서울의 동네 이름을 입력하다 보면 문득 거대한 사파리 한복판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예술의전당 뒷산에는 소가 누워 자고 있고, 봉천동과 사당동을 잇는 가파른 고갯길과 강서구 화곡동의 나지막한 동산에는 까치들이 날아다니며, 양천구 들판에는 곰이 뒹굴고 있다. 광화문 뒷골목에 이르면 뜬금없이 말(馬)들이 뛰어다닌다. 우면산, 까치고개와 까치산, 곰달래, 피맛골(피마골, 피마길). 이름만 들으면 영락없는 ‘동물의 왕국’이다. 하지만 이 동물들의 탈을 한 꺼풀만 살짝 벗겨내면, 그 속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인간의 엉뚱함과 짠내 나는 생존 투쟁, 그리고 정직한 자연이 버무려진 유쾌한 반전 드라마들이다. 지도의 동물들은 어떤 곳에서는 우리 옛말이 문자의 그물에 걸려들며 생긴 착시이고, 또 어떤 곳에서는 선조들이 마주했던 진짜 생태계의 목격담이다. 가장 먼저...